
대전 한화생명볼파크 마운드에서 142km짜리 직구가 들어갔다. 박준영. 5월 10일 LG 트윈스전, 1군 데뷔전이자 첫 선발 등판이었다.
결과만 보면 5이닝 3피안타 3사사구 2탈삼진 무실점. 79구를 던지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한화는 이날 9-3으로 이겨 박준영은 데뷔전 선발승을 챙겼다. 그런데 이 한 줄짜리 기록이, KBO 45년 만에 처음 나온 장면이었다.
육성선수 출신 첫 데뷔전 선발승
박준영은 2002년생, 충암고와 청운대를 거쳤다. 작년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호명되지 못했다. 한화 서산 테스트를 통과해 올해 육성선수 신분으로 입단한 케이스다.
육성선수가 1군에서 데뷔전 선발 등판으로 승리투수가 된 건 KBO 45년 역사에서 처음이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떨어진 선수가 같은 해 1군 마운드에 올라 5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낸 것이다.
이 기록의 의미는 단순한 "첫 사례" 이상이다. 한화 육성 시스템과 본인의 자기관리가 모두 맞물려야 가능한 결과라는 뜻이다. 퓨처스리그에서 7경기(6선발) 4승 무패, 평균자책 1.29. 1군이 부를 수밖에 없는 숫자를 본인이 만들어두고 있었다.

출처: 한화 초대형 사고 쳤다, '불꽃야구 스리쿼터' 육성 신인 맞아? 1군 데뷔전 5이닝 2K 무실점 쾌투→첫 승 보인다
142km 직구 + 변화구 조합
이날 박준영의 무기는 빠르지 않았다. 최고 구속 142km. 요즘 KBO 신인 투수 영상에서 흔히 보는 150km대 파이어볼러는 아니다.
대신 79개 공의 분배가 흥미로웠다. 직구 43개, 슬라이더 19개, 체인지업 12개. 직구 비율이 절반 정도, 나머지는 변화구로 카운트를 잡고 헛스윙을 끌어냈다. 우완 쓰리쿼터 폼에서 나오는 공의 각도가 LG 타자들 시야에 어색했던 것 같다.
3사사구가 다소 많긴 했지만 결정적인 장타는 내주지 않았다. 흔히 말하는 "맞춰 잡는" 투구다. 빠르지 않은 공으로 5이닝 무실점을 만든 게 오히려 인상적이었다. 한화 마운드에 또 하나의 옵션이 생긴 셈이다.
"불준영"이라 불리는 이유
박준영은 작년 예능 프로그램 불꽃야구에 출연했던 선수다. 팬들 사이에서는 "불준영"이라는 별명으로 더 익숙하다. 불꽃야구 쓰리쿼터, 그 이미지가 그대로 1군 마운드로 옮겨왔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본인은 이렇게 말했다. "진짜 많이 떨렸는데 마운드에 있을 때 최대한 즐기려고 했다." 또 "오늘 하루 진짜 잊지 못할 것 같다. 함성과 환호가 진짜 많은 힘이 됐다"고도 했다.
KBO 최초 기록 얘기를 듣고는 "정말 신기했다"고만 했다. 별명에 대해서도 "어떻게 불러주셔도 감사하다"고 답했다. 무겁지 않은 톤. 마운드 위에서도 표정이 어둡지 않은 이유가 인터뷰에서도 그대로 드러났거든요.

출처: 한화 위닝시리즈 이끈 '불꽃야구' 박준영 "내게는 잊지 못할 경기"
한화의 위닝시리즈, 강백호와 허인서의 홈런
같은 날 타선도 함께 터졌다. 5회 강백호의 우월 솔로 홈런(비거리 135m), 6회 허인서의 좌중월 솔로 홈런(135m). 두 선수의 홈런 비거리가 똑같이 135m로 찍혔다는 점도 묘하게 재미있는 대목이었다.
이 승리로 한화는 LG를 상대로 2연속 위닝시리즈를 가져갔다. 박준영의 데뷔전이 단발성 깜짝 쇼가 아니라 시리즈 흐름의 한 축이 됐다는 뜻이다. 김경문 감독이 경기 후 "어려운 시기에 박준영이 선발투수로 자기 역할을 완벽하게 해주고 내려왔다"고 한 말도 그래서 무게가 다르게 느껴진다.

출처: '불꽃야구 스리쿼터' 한화 박준영, KBO 최초 대기록 수립…이글스, LG 9-3 대파
마무리
내가 야구를 꾸준히 보는 이유 중 하나가 이런 장면 때문이다. 드래프트에서 호명되지 못한 선수가 1년도 안 돼 1군 데뷔전 선발승을 거두는 건, 시나리오로 짜도 안 믿길 일이다.
그리고 더 감동이였던건 이 선수의 인성때문이지 않았을까 한다. 불꽃야구에서 드래프트에 호명이 되지 않았을 때 부모님을 꽉 안아주던 모습, 뒷바라지 해주느라고 감사하다고 하던 멘트 등의 기억이 아직 있기 때문이다.
박준영 본인이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 인상적이었다. "안 된 부분을 더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화려한 멘트는 아니지만, 1년 사이 그가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 짐작하게 하는 한 줄이라고 생각해요.
다음 등판이 언제일지는 모르겠다. 컨디션과 로테이션 사정에 따라 달라질 거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142km짜리 쓰리쿼터 직구로도 1군에서 5이닝을 막을 수 있다는 걸, 박준영이 직접 보여줬다는 것. 대전 직관 일정 잡으시는 분들, 박준영 선발 로테이션 한번 확인해보세요. 1호 데리고 가도 좋을 것 같은 경기가 한 번 더 나올 수 있겠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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