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벽 3시. 천장만 쳐다보다가 시계를 보면 또 3시였다.
회사 일이 머릿속에서 안 꺼지는 날, 1호가 어린이집에서 친구랑 다툰 일이 자꾸 떠오르는 날, 2호가 새벽에 한 번 깨면 그대로 잠이 달아나는 날. 누우면 잡생각이 시작됐고 시계가 4시를 가리킬 때쯤이면 그냥 일어나서 출근 준비를 했다. 그렇게 한두 주 반복하니 사람이 망가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우연히 본 게 루시에(Lucier) 안경이었다. 운동선수들이 수면 회복용으로 쓴다는 말이 솔깃해서 데일리·나이트 두 가지를 한 번에 질렀다. 한 달 좀 넘게 써본 솔직한 후기다.
데일리는 회사에서, 나이트는 퇴근 후에

출처: LUKE BLACK DAY LENSES – LUCIER
루시에는 두 라인으로 나뉜다.
종류차단 영역권장 착용 시간
| 데이(데일리) 렌즈 | 인공 블루라이트 95% 차단 (380~500nm) | 낮 시간 실내·모니터 작업 시 |
| 나이트 렌즈 | 블루라이트·그린라이트 100% 차단 (400~550nm) | 해 진 후 ~ 취침 2시간 전부터 |
나는 회사에서 모니터 두 대 보면서 하루 9시간 이상 화면을 노려본다. 거기에 점심엔 폰, 퇴근길엔 또 폰. 눈이 안 피곤할 수가 없다. 그래서 데일리는 출근하자마자 책상에 올려두고 모니터 앞에 앉을 때마다 쓴다. 처음엔 색감이 살짝 노랗게 보여서 어색했는데 사흘쯤 지나니 적응이 됐다.
나이트는 집에 들어오자마자 거실에서 바로 쓴다. 우리 집은 거실 등이 LED라서 꽤 밝다. 1호 책 읽어주고, 2호 목욕시키고, 설거지하고, 마지막에 침대 들어갈 때까지 계속 쓰고 있다. 시야가 약간 갈색·앰버 톤으로 보이는데 며칠 지나면 거슬리지 않는다.
한 달 써보고 체감한 변화

가장 분명한 건 잠드는 속도다. 안경 쓰기 전에는 눕고 나서 30~40분은 뒤척였다. 지금은 길어야 15분. 어떤 날은 베개에 머리 닿자마자 끝난다.
그다음은 새벽에 깨도 다시 잠드는 게 빨라졌다. 2호가 11개월이라 새벽에 한 번씩 칭얼대는데, 예전엔 2호 재우고 나면 내가 못 자고 그대로 새벽을 새웠다. 요즘은 2호 토닥이고 누우면 다시 잠이 든다. 이 차이가 진짜 크다.
체감만으로는 부족할 것 같아 핸드폰 수면 앱 기록도 봤다. 평균 수면 점수가 65점대에서 78점대로 올랐다. 깊은 수면 비중이 늘었고 잠자리 들어가는 시간도 12시 30분에서 11시 50분 정도로 당겨졌다. 안경 때문이라기보다 "퇴근하면 폰 그만 보고 일찍 자야지"라는 의식이 안경을 쓰면서 같이 생긴 효과도 있는 것 같다.
솔직히 말하면, 안경만으로 해결되진 않는다
여기서부터는 광고 같은 후기는 못 쓰겠다. 안경 사면 불면증이 사라진다고 기대하면 실망한다.
블루라이트 차단 안경의 효과는 학계에서 아직 의견이 갈린다. 수면 잠복기를 줄여준다는 연구가 있는가 하면, 일반 렌즈와 차이가 없다는 무작위 대조 시험도 있다. 100% 차단이라는 수치는 분명 인상적이지만, 사람마다 효과가 다른 건 당연한 일이다.
내 경우엔 불면의 진짜 원인은 빛이 아니라 머릿속 잡생각이었다. 회사 스트레스, 아이 둘 키우면서 쌓이는 피로, 다음 주에 처리해야 할 일들. 이게 안 풀리면 안경을 써도 안 자진다. 실제로 일이 가장 빡빡했던 주에는 나이트 렌즈를 쓰고도 새벽 2시까지 깨어 있었다.
그래서 안경과 같이 시작한 게 몇 가지 더 있다.
- 자기 전 30분은 폰 안 보기 (이게 제일 어렵다)
- 저녁 8시 이후 카페인 금지 (오후 라떼 한 잔 빼는 것만으로도 차이가 났다)
- 자기 전 5분 호흡 명상
안경은 이 루틴을 도와주는 도구지, 그 자체가 해법은 아니다. 이걸 인정하고 쓰면 만족도가 올라간다.
단점도 적어둔다
- 데일리 렌즈는 약간 노란빛이라 사진 작업이나 색감 보는 일에는 부적합
- 나이트 렌즈는 블루라이트 차단이 확실하기 때문에 신호등이 초록불이 안보인다, 운전할때는 벗어야 한다.
- 가격이 저렴하진 않다. 두 개 사면 꽤 들어간다
마무리
수면이 부족한 아빠는 다음 날 모든 게 무너진다. 1호한테 짜증을 내고, 2호한테 인내심이 바닥나고, 회사에서 실수가 늘고, 그러면 또 잠을 못 잔다.
루시에 안경이 그 악순환을 끊어주는 첫 단추가 되어준 건 맞다. 하지만 단추는 단추일 뿐이다. 결국 마음의 안정과 스트레스 관리를 같이 해야 잠이 돌아온다. 같은 고민하는 아빠가 있다면, 안경부터 사기보단 자기 전 폰 끄는 것부터 해보길 권한다. 그게 안 되면 그때 안경을 추가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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