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31일 일요일, 키움과 KT 경기가 있는 날이었다. 오늘은 아내가 1호랑 다녀오라며 R.d-club(로얄다이아몬드클럽) 좌석을 잡아줬다. 장당 11만 5천원. 솔직히 가격표를 보고 한 번 숨을 골랐다. 그런데 자리에 앉는 순간, 이 돈이 왜 이만큼인지 단번에 알겠더라고요.

C게이트로 들어가니 줄이 사라졌다

첫 혜택은 입장에서부터 나왔다. 마침 안우진 티셔츠를 나눠주는 날이었다. 연간회원권이 있으면 경기 2시간 30분 전부터 들어가서 여유롭게 받을 수 있지만, 그게 아니면 티셔츠 받겠다고 긴 줄을 서야 했다. R.d-club은 C게이트로 따로 빠르게 입장이 된다. 경기 시작 2시간 전에 쑥 들어가서 티셔츠부터 챙겼다. 줄 서서 기다리던 사람들 사이로 들어가려니 살짝 미안한 마음도 들었지만, 1호 손 잡고 여유롭게 자리까지 걸어 들어가는 그 기분은 솔직히 괜찮았다. 안우진 티셔츠도 챙겼으니 1호는 그걸로 충분히 신이 났다.

안우진 기념 티셔츠, 선발 안우진까지 있었다면 완벽했을텐데 아쉽다

 

자리에 앉고 나서 뷰를 보고는 말이 안 나왔다. 투수가 던지는 공을 이렇게 가까이서 본 적이 있었나 싶었다. 포수 미트에 공 꽂히는 소리가 이렇게 컸나 싶을 만큼 생생했다. 야구라면 자다가도 일어나는 1호는 너무 잘 보인다며 신이 났다. 앞에 그물망이 있어서 살짝 아쉽긴 한데, 경기가 시작되니 그건 전혀 문제가 아니었다. 오히려 1호는 평소 파울볼 맞을까 봐 늘 긴장하는 편인데, 그물이 눈앞에 있으니 더 마음 놓고 보는 것이 다행이였다.

R.d-club D02 구역 D4 VIEW

그라운드 셀카타임, 1호 인생 최고의 시간

R.d-club의 또 다른 혜택은 그라운드 셀카타임에 참여할 수 있다는 거였다. 1호랑 그라운드 캐치볼도 해보고 싶었지만, 두 이벤트는 같은 시간에 진행되고 캐치볼은 추첨이라 확실치가 않다. 그래서 R.d-club이라면 셀카타임에 참여하고, 캐치볼은 다음에 다른 티켓으로 도전하는 게 맞다고 봤다.

 

이 셀카타임이 진짜 색다른 경험이었다. 덕아웃을 처음으로 코앞에서 봤고, 선수들이 몸 풀러 하나둘 나오면서 하이파이브도 해줬다. 1호한테는 그야말로 인생 최고의 시간이었어요. 키움 선수들이 조금 더 환하게 웃어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그래도 화이팅. 선수들 사이에서 그라운드를 직접 밟아보고, 전광판에 잡힌 우리 모습을 보니 1호도 나도 괜히 들떴다.

그라운드 셀카 타임
선수들과의 하이파이브 (좌,로젠버그), 선발 투수 박준현 (우)

소파 의자, 아이랑 직관하기엔 이만한 자리가 없다

타석 들어가기 전 선수들 몸 푸는 모습을 가까이서 보는 것도 좋았다. 투수 볼 스피드가 몸으로 체감되는 자리였다. 무엇보다 1호랑 화장실 들락날락하기에도 최고였어요.

 

좌석은 소파로 되어 있다. 간이 테이블도 꺼내 쓸 수 있고 앞뒤 간격이 넉넉해서, 1호 같은 어린이한테는 더없이 좋은 조건이었다. 좁은 좌석에서 무릎 굽히고 버티는 직관과는 차원이 달랐다. 먹을 거 올려두고, 1호는 중간중간 소파에 기대 쉬다가 다시 경기에 빠져들고. 세 시간 가까운 경기가 길게 느껴지지 않았어요.

R.d-club 좌석, 거의 뭐 영화관이다

 

단점은 딱 하나, 사악한 가격이다. 그것 말고는 흠잡을 데가 없었다. 다음엔 아내랑 1호, 2호까지 다 같이 오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야구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꼭 앉아보길 추천한다.

 

오늘 경기는 5대 1로 졌다. 그래도 1호랑 보낸 이 하루는 한참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 Recent posts